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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삼성전자 수원사업장 VIP센터, 상상을 현실로… ''창조경영의 심장''

by 비디오월 멀티비젼 코모랩 2007. 10. 22.
[기업경쟁력의 산실을찾아서]삼성전자 수원사업장 VIP센터, 상상을 현실로… '창조경영의 심장'
"고정관념을 깨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트렌드 바꿔
보르도TV·블루블랙폰 등 세계적 히트작 만들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내에 있는 가치혁신프로그램(VIP)센터에서 프로젝트 팀 활동을 하는 직원들이 ‘창조 룸’에 모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토론하고 있다. VIP센터는 삼성전자의 히트작을 잇달아 만들어 내 ‘신제품 창조의 산실’로 불리는데, 세계에서 600만대 이상이 팔린 보르도 TV도 이곳을 거쳐 탄생했다. 삼성전자 제공
2005년 7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비밀 프로젝트 팀이 하나 꾸려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TV를 만들자’는 게 이 팀의 목표였다. 삼성전자 내 각 사업부 직원 10명이 차출돼 멤버로 참가했다. 고민이 시작됐다. ‘TV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부터 해결해야 했다. 어느 날, 자유토론 중 발상의 전환이 이뤄졌다. ‘TV는 가구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순히 방송을 볼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거실 내 다른 가구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정관념을 깨자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V자로 곡선처리된 TV 하단부와 와인잔 모양의 받침대, 블랙컬러, 스크린 밑으로 숨은 스피커 등 종전에 볼 수 없던 디자인의 TV가 만들어졌다. 1년 뒤 이 제품은 ‘보르도 TV’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됐다. 보르도 TV는 세계에서 600만대 이상 팔리는 히트작이 됐고, TV 시장의 경향을 통째로 바꿔버렸다. 그런 보르도 TV를 잉태했던 프로젝트 팀은 바로 삼성전자 ‘가치혁신 프로그램(VIP·Value Innovation Program)’ 센터에 있는 여러 협업팀(CFT·Cross Functional Team) 가운데 하나였다.

◆가치혁신은 어떻게 이뤄지는가=삼성전자 VIP센터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회사 내 인력을 모아 팀을 꾸리고 이들이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조직이다. 1998년 윤종용 부회장 지시로 경기도 수원사업장 내에 만들어졌다.

VIP센터는 일단 프로젝트가 결정되면 관련 인력이 해당 과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센터에 입소시킨 뒤 CFT를 꾸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통상 상품기획·디자인·개발 등 회사 내 각 분야 전문가 10여명 안팎이 한 팀이 돼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는 부서 간 벽을 허물고 처음부터 각계 전문가가 공동 작업으로 상품기획과 디자인·개발·마케팅을 진행하자는 취지다. 일반적으로 신제품은 상품을 기획한 뒤 디자인을 하고, 디자인에 맞게 제품을 개발한 뒤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절차로 진행되지만 VIP센터는 이런 프로세스를 완전히 뒤집는다고 볼 수 있다.

VIP센터는 근무 분위기 또한 상식을 파괴한다. 최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기존 틀에 얽매이지 말자는 취지다. 밖으로 나가 영화를 보거나 미술전을 관람할 수도 있다. 회의시간도 구성원들끼리 모여 임의대로 정한다. 사용하는 건물은 예전 공장 기숙사여서 숙박을 하며 회의를 할 수도 있다.

◆VIP센터는 창조경영의 핵심=VIP센터의 이런 활동은 실로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보르도 TV뿐 아니라 블루블랙 휴대전화, 지펠 콰트로 등 삼성전자의 세계적 히트작 대부분이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다. 삼성전자는 VIP센터 활동에서 성과를 얻은 프로젝트와 VIP센터를 거치지 않은 프로젝트를 비교해볼 때 VIP센터는 제품의 부가가치를 약 3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 같은 VIP센터 활동으로 지난 5년간 14조원의 원가를 절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V를 개발할 때 엔지니어들은 화질이나 음향 등에 초점을 두지만 마케팅이나 기획 담당 직원들과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다 보면 소비자들은 화질이나 음향보다 디자인을 더 중요시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며 “VIP센터의 활동은 결국 투자의 우선 순위가 될 부분을 결정하는 데 큰 기여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VIP센터는 해외 언론으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춘’은 2005년 특집판에 VIP센터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블루오션 전략의 대표적 사례는 삼성전자의 VIP센터다. VIP센터는 미 항공우주국(NASA)처럼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조직”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협력업체와 상생을 꿈꾼다=VIP센터에서는 프로젝트가 한 해 평균 80개가량 진행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 수도 연간 2000여명에 달한다. 프로젝트는 경우에 따라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일 년간 계속된다. 예전엔 ‘24시간 근무체제’여서 팀원들이 전원 합숙생활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 자유롭게 출퇴근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향후 VIP센터의 활동을 협력업체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도 삼성전자는 CFT를 꾸릴 때 협력사 R&D(연구개발) 인력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삼성전자는 원가절감 효과를, 협력사는 부품개발비용 절감이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VIP센터 활동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백 개의 부품이 모여서 하나의 완제품이 만들어지듯이, 중소 협력업체가 만드는 부품 하나하나의 경쟁력이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차원에서 VIP센터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